PER 105배와 11배가 같은 시장에 있다 | PER 하나만 보면 안 되는 이유

PER, 핵심부터 정리합니다. 2026년 9월 18일 하루, 같은 시장에서 나온 PER입니다. 가온전선 105.2배, SK하이닉스 29.9배, SK스퀘어 16.2배, KB금융 13.6배.
여기까지만 보면 “가온전선이 제일 비싸고 KB금융이 제일 싸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네 숫자는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기준 연도가 다르고, 주식 수가 달라졌고, 업종이 다릅니다.
PER은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이면서 가장 자주 잘못 읽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어디서 어긋나는지 하나씩 보겠습니다.
① PER은 주가 ÷ 주당순이익(EPS)입니다. 분모인 EPS가 어느 해 것인지에 따라 같은 주가에서도 값이 크게 달라집니다.
②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같은 주가에서 29.9배(2025년 실적)와 11.2배(2026년 예상)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③ 주식 수가 늘면 EPS가 줄고 PER이 뜁니다. 가온전선은 순이익이 2배가 됐는데 EPS는 -4.98%였습니다.
목차
- PER은 무엇을 나눈 숫자인가
- 함정 1 – 분모가 어느 해 이익인가
- 함정 2 – 주식 수가 변하면 EPS가 변한다
- 함정 3 – 적자 기업에는 PER이 없다
- 함정 4 – 업종이 다르면 비교가 안 된다
- PER과 같이 봐야 하는 숫자들
- 자주 묻는 질문(FAQ)
PER, PER은 무엇을 나눈 숫자인가
공식은 간단합니다.
EPS = 순이익 ÷ 발행주식수
해석은 이렇습니다. PER 10배라면, 지금 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주가만큼 벌어들이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이익 대비 주가가 싸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지금 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이라는 가정과, 분모에 어떤 이익을 넣느냐에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같은 종목에도 여러 개의 PER이 생깁니다.
PER, 함정 1 – 분모가 어느 해 이익인가
9월 18일 SK하이닉스 종가는 185만7,000원이었습니다. 이 하나의 주가에서 PER 두 개가 나옵니다.
| 기준 | EPS | 계산 | PER |
|---|---|---|---|
| 2025년 확정 실적 | 62,044원 | 1,857,000 ÷ 62,044 | 29.9배 |
| 2026년 증권사 예상(컨센서스) | 165,981원 | 1,857,000 ÷ 165,981 | 11.2배 |
주가는 같은데 값이 세 배 가까이 벌어집니다. 앞의 것을 후행 PER, 뒤의 것을 선행 PER이라고 부릅니다.
반도체처럼 이익이 크게 출렁이는 업종에서는 이 차이가 특히 큽니다. 어딘가에서 “PER 11배면 싸다”는 말을 봤다면, 그 11배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예상 이익으로 계산된 값일 수 있습니다. 예상이 빗나가면 PER도 같이 무너집니다.
함정 2 – 주식 수가 변하면 EPS가 변한다
가온전선의 2025년 실적표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 항목 | 2025년 증가율 |
|---|---|
| 매출액 | +47.40% |
| 영업이익 | +75.94% |
| 순이익 | +102.71% |
| EPS(주당순이익) | -4.98% |
회사가 번 돈은 두 배가 됐는데, 주주 한 명이 가진 1주에 돌아가는 몫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사실상 하나입니다. 주식 수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주당순자산(BPS)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2024년 말 4만6,022원에서 2025년 말 2만9,244원으로 36.5% 줄었습니다.
그 결과 9월 18일 종가 32만7,000원을 EPS 3,107원으로 나눈 PER은 약 105배가 됩니다. 이익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분모가 쪼개져서 나온 숫자입니다.
함정 3 – 적자 기업에는 PER이 없다
순이익이 마이너스면 분모가 음수가 됩니다. PER은 계산되지 않거나, 계산되더라도 의미를 잃습니다. 증권사 화면에서 “N/A”, “-”로 비어 있는 자리가 대부분 이 경우입니다.
임상 단계 바이오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매출이 거의 없고 연구개발비만 나가는 구조라 순이익이 적자인 해가 이어집니다. 이런 회사를 PER로 줄 세우는 것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 남은 현금, 기술이전 계약 조건 같은 다른 축으로 봐야 합니다.
반대 방향의 왜곡도 있습니다. 부동산을 팔았거나 소송 배상금을 받아 일회성 이익이 잡힌 해에는 EPS가 갑자기 커져 PER이 확 낮아집니다. 싸 보이지만 다음 해에 그 이익은 없습니다.
함정 4 – 업종이 다르면 비교가 안 된다
같은 날 KB금융 PER은 13.6배, SK스퀘어는 16.2배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두 회사의 이익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 KB금융 | SK스퀘어 | |
|---|---|---|
| 업종 | 은행지주 | 투자지주 |
| PER | 13.6배 | 16.2배 |
| PBR | 1.19배 | 5.2배 |
| 영업이익률 | – | 84.14% |
| 부채비율 | 1,211.73% | 9.01% |
은행지주는 이익이 비교적 꾸준한 대신 성장 기대가 낮아 PER이 낮게 형성되는 쪽입니다. 투자지주는 자회사 실적을 그대로 따라가서 좋은 해와 나쁜 해의 차이가 극단적입니다. 실제로 SK스퀘어는 2023년 영업손실 2조3,397억 원, 2025년 영업이익 8조7,974억 원이었습니다.
PER은 같은 업종 안에서, 같은 기준 연도끼리 비교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PER과 같이 봐야 하는 숫자들
| 지표 | 무엇을 보나 | 같이 보면 잡히는 것 |
|---|---|---|
| PBR | 주가 ÷ 주당순자산(BPS) | 이익이 아니라 자산 대비 가격. 적자 기업에도 계산됩니다. |
| ROE | 순이익 ÷ 자기자본 | 같은 PER이라도 ROE가 높으면 이익을 만들어 내는 효율이 다릅니다. |
| EPS 증가율 | 주당순이익의 변화 | PER이 낮아진 것이 주가가 빠져서인지 이익이 늘어서인지 구분됩니다. |
| 주식 수 변화 | 발행주식수 · 유상증자 이력 | EPS가 희석되고 있는지 확인됩니다. |
| 부채비율 | 부채 ÷ 자기자본 | 이익이 빚 위에 얹혀 있는 구조인지 봅니다. 단, 업종별 기준이 다릅니다. |
PER 자주 묻는 질문(FAQ)
Q. PER이 낮으면 무조건 싼 건가요?
A. 아닙니다. 이익이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시장이 보고 있으면 PER은 미리 낮아집니다. 낮은 PER이 ‘저평가’가 아니라 ‘경고’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Q. 시장 평균 PER과 비교하면 되나요?
A. 참고는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업종 구성이 시기마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업종 내 경쟁사와 비교하는 편이 훨씬 유효합니다.
Q. 후행 PER과 선행 PER 중 무엇을 봐야 하나요?
A. 둘 다 봅니다. 후행은 이미 일어난 사실이고, 선행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예상입니다. 두 값의 차이가 크다면 시장이 큰 폭의 이익 변화를 가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Q. PER이 마이너스로 표시되기도 하던데요?
A. 순이익이 적자일 때 그렇게 계산되는 화면이 있습니다. 이 값은 해석하지 않는 쪽이 맞습니다.
참고
본문의 EPS·BPS·PER·부채비율은 각 기업의 공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며, 주가는 2026년 9월 18일 종가입니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예상 EPS는 증권사 컨센서스 값으로 확정 실적이 아닙니다. KB금융의 PER·PBR은 2024년 EPS·BPS 기준입니다(2025년 값 미집계).
원자료: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이 글은 제도와 지표를 설명하기 위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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